2010, Dongascience.com

 

  • December 1th Wed 2010 Dongascience

 

“나는 조각가다”

[수지니의 미술공부]권오상 개인전: 토르소

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나타나는 작가가 있다. 아마 작가의 작업이 인기가 있거나, 기획자(큐레이터)가 판단하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 중 한 사람이 조각가 권오상이다. 2010년 11월 한 달 동안 나는 권오상 작가의 작업을 서울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세 번 만났다. 리움 특별전인 <미래의 기억들>과 서울시립미술관 특별전 <코리안 아이>전 그리고 갤러리 2의 권오상 개인전 <토르소> 였다. 권오상의 개인전은 우리나라에서는 4년만이다.

 Jangular 99x78x210cm C print,mixed media2010 detail2(좌), detail2(우)

 

● 데오도란트타입

권오상은 ‘데오도란트타입’(deodorant type) 이라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2006년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을 볼 때 ‘데오도란트’는 뭔가 표기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데오도란트타입은 대상물을 360도로 돌려가며 찍은 사진을 다시 붙여서 조각으로 만드는 그의 작업 ‘사진 조각’의 멋진 이름이다. 데오도란트(디-오더런트)는 상업화되어 있는 몸냄새 제거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팔리지만 서양에서는 일상용품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강제로 냄새를 바꾸는 이런 제품의 특징을 잡아내어 자신의 작업의 이름으로 차용했다. 사진이 원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로 전환되는 작업의 특성을 나타내는 명명법이다. 그리고 다게르타입, 암브로타입, 시아노타입 등 사진술의 종류에 붙는 접미사 타입(type)을 뒤에 붙였다.

● 조각들이 모인 조각

사진으로 조각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일까. 보면 안다. 조각조각 난 사진이 아주 정교하게 이어지고 덧붙여 있으면서 피사체와 똑같은 부피감을 유지하고 있다. 조각이라면 나무나 돌을 끌개로 또는 징으로 쪼아서 만드는 것이라는 무식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왜 굳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들까 싶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틀은 만들고 그 위에 일일이 수백 수천의 사진을 붙이는 것이 더 번거롭지 않을까? 사진은 뭐라해도 종이인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분수에 넘치는 걱정까지 했었다.

데오도란트 타입의 작업의 피사체는 대부분 사람이다. 하나의 덩어리이긴 하지만 모자이크도 아니고 작은 네모난 평면이 이어져 있는 조각은 하나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해체되어 있는 느낌이 더 강하다. 거기다 표면이 번들번들해서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전시장의 조명을 모두 반사하는 듯 자체발광은 아닌데도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하려면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것이 편안하다. 이렇게 작품이 갖고 있는 분열성과 낯설음과 불편함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정말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작업을 한다면 너무 머리가 복잡할 것 같다.

데오도란트타입의 조각들의 사람들은 평범한 포즈가 아니다. 요가를 하는 소녀, 썀 쌍둥이, 쇼핑하는 여인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권오상의 작업은 어떻게 만들었냐, 무엇을 만들었느냐, 왜 만들었느냐는 예술 작품 감상의 세 가지 포인트를 모두 편하게 가지 않는다.

● 조각을 했다

<토르소>의 대상물은 오토바이다. 전시장이 예상보다 너무 작아 깜짝 놀랐다. 다섯 대의 오토바이가 놓이기엔 작은 공간이었다. 조각에서 토르소란 사람의 몸통만을 연출하는 조각 작업을 말한다.

<토르소>의 오토바이도 몸통만 있다. 바퀴도 핸들도 없다. 좌대를 대신하는 프레임 지지대 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 봤을 때 새처럼 보였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토바이의 기종을 선정하는데도 꽤 공을 들였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탈 것들의 브랜드나 명성에 대해 일자무식인 나는 그저 오토바이의 몸통일 뿐. 아쉬웠다. 작가가 재현하고 싶었던 오브제에 대해 약간의 식견이 있었다면 감상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Torso(The sculpture)디테일

 

나는 이번 작업들이 여전히 데오도란트타입인지 살펴봤다.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이전의 자동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았다. 역시나 질문에 대한 답은 실제로 조각을 했단다.

돌가루가 섞인 점토(스톤 클레이)로 조각을 한 후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는 구조가 어렵습니다) 색을 입히고 광택을 내는 순서로 기본형 조각기법을 따랐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대상물을 직접 옆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도면을 갖고 만들었단다. 오토바이 마니아가 보면 좋아할 것 같다.

어떤 대상이든 예술가의 손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만들게 되면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상한 일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요.) 또한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지 않은가. 그 오토바이의 조각은.

● 테크놀러지와 놀기

데오도란트타입도 그렇지만 이번 그의 작업과정을 알게 되면서 권오상은 우리 시대의 테크놀로지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예술가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과학자나 공학자는 홀로그램, 가상현실, 스마트 폰의 개념을 구상하고 만들어낸다. 그러니 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잘 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니 전자제품 잘 고치겠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실험은 예술가가 더 빨리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을 미술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예술가들의 작업과정을 보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지식에서도, 그 기술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왠만한 공학자보다 뛰어나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권오상도 그런 것 같다. 사진으로 조각을 만들고 인터넷을 뒤져 도면을 찾아내어 오토바이를 만들고,

예술가들이 이 시대의 과학과 동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그들이 이 시대의 테크놀러지를 더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오상의 개인전 <토르소>는 갤러리 2에서 12월19일까지 열린다.

곽수진 문화사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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