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x 지드래곤: “위버멘쉬”를 조각하다 - GWON OSANG

Texts

권오상 x 지드래곤: “위버멘쉬”를 조각하다

2025.03.04

Editorial Team

정체성의 경계를 넘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시대 조각의 선구자인 권오상은 그의 대표적인 ‘사진조각(photo-sculpture)’ 기법을 통해 대중문화의 시각적 언어를 해체하고 탐구한다.

그는 사진과 삼차원 조형을 결합함으로써 재현(representation)의 개념을 질문하며, 조각이 단순한 물리적 형상이 아니라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매체임을 드러낸다. 그의 2015년작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의 《PEACEMINUSONE_Beyond the Stage》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약 10년 후 지드래곤이 발표한 앨범 “위버멘쉬”와 개념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러한 사상적 동시성은 더욱 면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 2015, C-프린트, 혼합 매체, 가변 크기,
《PEACEMINUSONE_Beyond the Stage》에서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이미지 제공: 작가 및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이미지를 해체하다: 권오상의 하이브리드 조각

권오상의 작업은 조각이 고정된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조합적인 구조를 띠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조각은 조각과 사진의 경계를 허물며 현대적 정체성의 유동성과 분절성을 반영한다.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에서 권오상은 지드래곤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그의 본질이 지속적인 변화와 자기 창조 속에서 형성됨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스타의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증폭되며, 왜곡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탐색한다.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런던 V&A 뮤지엄의 전시 《Hallyu! The Korean Wave》를 포함하여 전 세계 다양한 전시에 소개되었다. / © Arario Gallery

재해석된 “위버멘쉬”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위버멘쉬(Übermensch)”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의 도덕과 가치를 초월하여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를 설명했다. 권오상의 조각 속 지드래곤은 바로 그러한 인물로 형상화된다. 그는 단순한 K-pop 스타가 아니라 음악, 패션, 동시대 문화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존재다.

지드래곤(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권오상의 작품은 전통적인 성 미카엘 대천사가 악마를 무찌르는 도상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지드래곤의 얼굴이 천사와 악마 양측 모두에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품은 선과 악, 영웅과 적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전복하며, 현대적 스타가 어떻게 숭배와 비판의 대상이 되며, 미디어 속에서 끊임없이 구축되고 해체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L)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 2015, C-프린트, 혼합 매체, 크기 가변, 《PEACEMINUSONE_Beyond the Stage》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R) <독일 함부르크의 성 미카엘 대천사 조각상>

거울 속 이미지: 반사와 변주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에서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거울이다. 이 거울은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형태의 지드래곤을 보여주며, 정체성이 단일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다층적이고 변화하는 개념임을 강조한다. 관람자는 자신이 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며, 이는 자아는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형성 과정 속에서 구성되는가? 라는 근본적인 존재론적 질문을 제기한다.

또한, 거울은 단순한 반사 장치가 아니라 관람자의 역할을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 자신도 반사되며, 이를 통해 권오상은 이미지 소비와 의미 형성 과정에서 관람자의 역할을 탐구하고 있다. 결국, 이 작업은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분법을 넘어: 권오상과 포스트-아이덴티티 시대

권오상은 지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예술적 범주를 넘나드는 작가다. 그의 조각은 순수미술과 대중문화, 고급 미학과 미디어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특정한 정체성에 고정되지 않는 유동적인 예술적 태도를 보여준다. 제작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현대적 정체성, 미디어의 왜곡, 그리고 수행적 자아(performativity)에 대한 논의를 선도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위버멘쉬” 앨범이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초월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권오상의 작업은 그러한 초월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위버멘쉬”는 단순한 이상적 존재가 아니라, 자기 해체와 재구축의 연속 속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다.

이러한 점에서 권오상의 조각 속 지드래곤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21세기의 급변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재해석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술과 문화, 미디어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탐색하는 도구가 된다. <무제: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현대 정체성의 역학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비평적 장치이다.

Writings

Criticisms

환영과 실재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방법 – 권오상

2004년 2월 17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리얼 리얼리티》전의 오프닝에서 권오상은 모든 ‘90년대적인 것’들을 뒤로한 채 작지만 의미심장한 승리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는, 국제갤러리의 《리얼 리얼리티》전을 통해, 1990년대가 만들어 놓은 당대미술의 지형 위에서 진행되어온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작가들의 모호한 경쟁체재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의 문을 두드린 작가가 됐기 때문이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970년대 초․중반 태생들을 말한다. 한국의 전후 출산통계의 그래프는 쌍봉낙타의 등처럼 두 개의 나란한 봉우리를 그린다. 1차 베이비부머들은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86 세대의 주축이 바로 그들이다. 1971년 즈음에는 인구 증가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 인구가 폭증한다. 그때 태어난 이들이 2차 베이비부머들로, 바로 대중소비문화를 이끈 서태지 세대가 그들이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국내의 상업화랑 시스템이 30대 초반의 젊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내세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형식적으로는 배병우(1950년생), 권오상(1974년생), 이윤진(1972년생), 이중근(1972년생)의 4인전이었으나, 실제로는 권오상, 이윤진, 이중근의 3인전이었다.) 게다가 전시오픈 이후 바로 준비한 에디션의 다수가 판매됨으로써 “한국에도 젊은 내국인 작가들의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틈새시장이 개척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인 2005년 2월, 권오상은 씨 킴(김창일) 회장이 이끄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발탁되어 세간의 이목을 한데 모았고, 곧 1년간의 휴지기에 돌입했다. (2006년 현재 아라리오 갤러리의 한국인 전속작가는 권오상, 구동희, 이형구, 정수진, 백현진, 박세진, 이동욱, 전준호의 총 8명이고, 중국인 전속작가는 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왕광이, 위에 민준, 장 샤오강, 류 지엔화, 수 지엔 구어, 팡리준, 쩡하오의 총 7명이다.)

200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