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작가의 차원을 넘나드는 조각 - GWON OSANG

Texts

권오상 작가의 차원을 넘나드는 조각

2022.08.04

Editorial Team

Gwon Osang, 'Untitled GD,' 2015, C-print, mixed media, 70 x 41 x 150 in (176 x 105 x 380 cm). Courtesy of the Artist.

권오상 작가의 ‘무제의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가 오는 9월 24일부터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하 V&A)에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작품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을 악마와 대치하는 성 미카엘 대천사의 모습으로 구현한 조각상이다.

최근 영화, 드라마, 케이팝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V&A는 한류 문화를 다각도로 소개하는 “한류! 코리안 웨이브”전을 2023년 6월 25일까지 선보이게 되었다.

권오상 작가의 ‘무제의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에 처음 선보였고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이 미술계 밖에 있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권오상 작가는 조각 장르에 대한 오랜 탐구를 하며 그 한계를 극복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일찍이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아 왔다.

권오상 작가는 사진과 광고 이미지를 활용한 조각 작업을 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사진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안해 조각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현재는 사진, 조각, 콜라주, 그래픽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조각에 대한 고찰과 동시대성을 비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Gwon Osang, 'Westwood,' 2015, C-print, Mixed media, 25 x 43.3 x 82.6 in (63 x 110 x 215 cm). Courtesy of the artist.

권오상 작가의 가장 대표적인 연작은 1998년에 시작된 ‘데오도란트 타입’이다. 해당 연작에서는 한 대상을 수천 번 촬영해 인화한 사진을 서로 이어 붙임으로써 다시 3차원의 조각으로 구현한다. V&A에서 선보일 예정인 ‘무제의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도 이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지드래곤 이미지의 부분부분을 모아 만들어진 조각상이다.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에서 작가는 기존 조각이 가진 ‘무게’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벼운 조각을 만들어 냈다.


Gwon Osang, 'The Flat 15,' 2005, Diasec on lightjet print, 70.8 x 90.5 in (180 x 230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후 작가가 시작한 ‘더 플랫’ 연작에서는 평면의 형태에서 조각의 특성인 ‘양감’을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시킨다. 작가는 잡지에서 수집한 광고 이미지들의 윤곽선을 따라 오려낸 뒤, 이미지의 뒤에 철사를 덧대 입간판처럼 세우고 한 곳에 모아 이를 다시 평면의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때 물건으로 존재했던 광고 이미지들은 평면과 입체가 교차되며 상품성을 지닌 물건에서 예술품으로 반복적으로 변환된다. 작품의 결과물은 평면이지만 작품으로 담아내는 과정은 조각에 대한 탐구이다.

Gwon Osang, 'The Sculpture 3,' 2005-2015, Acrylic on stoneclay, resin, 47 x 82.5 x 171 in (120 x 210 x 435 cm). Courtesy of the artist.

작가는 조각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가기 위해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조각을 연구하기도 한다. ‘더 스컬프처’ 연작은 현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적 요소가 집약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선망의 대상으로 지목받는 ‘슈퍼카’를 등장시킨다. 작가는 검색된 슈퍼카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마치 실제 자동차와 비슷한 크기로 청동 조각을 만든다.

그리고 페인트를 두껍게 덧칠한 듯한 질감을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재료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더 스컬프처’ 연작은 형태상으로는 이전 연작들과 매우 상이하지만,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담겨 있다는 점이나 동시대성을 드러내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Gwon Osang, 'New Structure 4 Prism & Macallan,' 2014, Inkjet print, aluminum, 108.2 x 77.5 x 124.4 in (275 x 197 x 316 cm). Courtesy of the artist.

권오상 작가는 ‘뉴 스트럭쳐’ 시리즈를 통해 공간과 양감이라는 조각의 요소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뉴 스트럭쳐’ 연작은 ‘더 플랫’ 연작에 등장했던 광고나 인터넷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대신 확대 편집하여 거대 구조물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움직이는 조각을 처음 창안한 알렉산더 칼더의 스테빌 연작에 영감을 받아 그 구조를 본떴다. ‘뉴 스트럭쳐’에 등장하는 광고 이미지들을 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권오상 작가는 평면성과 양감 사이를 오가는 동시에 극대화된 현대인들의 환상을 구현하고 있다.

이후 평면의 회화적 특성과 입체적인 조각의 특성을 모두 지닌 부조의 방법론으로 제작된 ‘릴리프’ 연작과 조각의 덩어리와 양감의 패턴을 연구한 ‘매스패턴즈’ 연작 또한 매체와 형태적으로 조각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집중하며 오늘날 우리의 소비 문화와 물질주의적 모습을 비춘다.

Artist Osang Gwon. Courtesy of the artist.

권오상 작가는 서로 교차될 수 없는 평면과 입체를 독자적인 형식으로 표현해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2005년부터 블루칩 갤러리인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 영국 맨체스터 시립미술관 그리고 2011년 베를린의 안도 파인 아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국제 갤러리, 사치 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등 다수의 유수 갤러리에서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권오상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기관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리움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이 있으며, 해외에서는 로버츠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영국), 자블루도비치 컬렉션 (영국), 버거 컬렉션 (홍콩), 싱가포르 미술관(싱가포르) 등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References

Writings

Criticisms

환영과 실재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방법 – 권오상

2004년 2월 17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리얼 리얼리티》전의 오프닝에서 권오상은 모든 ‘90년대적인 것’들을 뒤로한 채 작지만 의미심장한 승리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는, 국제갤러리의 《리얼 리얼리티》전을 통해, 1990년대가 만들어 놓은 당대미술의 지형 위에서 진행되어온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작가들의 모호한 경쟁체재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의 문을 두드린 작가가 됐기 때문이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970년대 초․중반 태생들을 말한다. 한국의 전후 출산통계의 그래프는 쌍봉낙타의 등처럼 두 개의 나란한 봉우리를 그린다. 1차 베이비부머들은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86 세대의 주축이 바로 그들이다. 1971년 즈음에는 인구 증가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 인구가 폭증한다. 그때 태어난 이들이 2차 베이비부머들로, 바로 대중소비문화를 이끈 서태지 세대가 그들이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국내의 상업화랑 시스템이 30대 초반의 젊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내세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리얼 리얼리티》전은 형식적으로는 배병우(1950년생), 권오상(1974년생), 이윤진(1972년생), 이중근(1972년생)의 4인전이었으나, 실제로는 권오상, 이윤진, 이중근의 3인전이었다.) 게다가 전시오픈 이후 바로 준비한 에디션의 다수가 판매됨으로써 “한국에도 젊은 내국인 작가들의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틈새시장이 개척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인 2005년 2월, 권오상은 씨 킴(김창일) 회장이 이끄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발탁되어 세간의 이목을 한데 모았고, 곧 1년간의 휴지기에 돌입했다. (2006년 현재 아라리오 갤러리의 한국인 전속작가는 권오상, 구동희, 이형구, 정수진, 백현진, 박세진, 이동욱, 전준호의 총 8명이고, 중국인 전속작가는 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왕광이, 위에 민준, 장 샤오강, 류 지엔화, 수 지엔 구어, 팡리준, 쩡하오의 총 7명이다.)

2006.12.20